자다가도 이불을 걷어차게 만드는 기억이 누구에게나 하나쯤은 있습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사회 초년생 시절, 저의 오판으로 인해 회사에 큰 손실을 입혔던 그날의 기억은 몇 년이 지나도 저를 괴롭혔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실수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누군가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평생 후회만 하며 살아가고, 누군가는 그것을 발판 삼아 도저히 닿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성취를 이루어냅니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겪는 수많은 시행착오들은 단순히 부끄러운 기억으로 남겨두기엔 너무나 비싼 수업료를 지불한 경험들입니다.
오늘은 제가 직접 경험하고 깨달았던, 그리고 수많은 심리학 연구가 증명하는 실수로부터 배우고 성장하는 방법에 대해 아주 깊이 있게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으신다면 더 이상 지난날의 과오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 일은 없으실 겁니다.
우리는 왜 자꾸만 지난 일을 후회할까
인간의 뇌는 본능적으로 부정적인 경험을 더 오래, 그리고 더 강렬하게 기억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원시 시대에는 실수가 곧 죽음과 직결될 수 있었기에, 위험을 피하기 위한 생존 본능이 우리 유전자에 깊이 각인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저지르는 대부분의 과거의 실수는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마치 큰일이 난 것처럼 불안해하고 끊임없이 자책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반추(Rumination)라고 부르는데, 소가 여물을 되새김질하듯이 지나간 일을 계속해서 꺼내어 씹고 뜯고 맛보며 스스로를 괴롭히는 행위입니다.
저 또한 투자에 실패했을 때, 이 반추의 늪에 빠져 몇 달을 허우적거렸던 경험이 있습니다.
차트를 볼 때마다 ‘그때 팔았어야 했는데’, ‘그때 사지 말았어야 했는데’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습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이미 벌어진 일은 신이 와도 되돌릴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빠져나와 객관적인 사실을 마주하는 용기입니다.
우리가 후회하는 진짜 이유는 실수 자체 때문이 아니라, 그로 인해 손상된 나의 자존심과 타인의 시선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경우가 많습니다.
이 사실을 인정하는 것부터가 변화의 시작입니다.
실패를 데이터로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
성공한 사람들과 평범한 사람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실패를 대하는 태도에서 극명하게 갈립니다.
세계적인 기업가들이나 위인들의 자서전을 읽어보면, 그들의 인생은 과거의 실수로 점철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실수를 ‘실패’라고 부르지 않고 ‘데이터’라고 부릅니다.
제가 예전에 작은 사업을 시도했다가 거창하게 말아먹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돈을 날렸다는 사실에만 집중해서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복기를 해보니 제가 시장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명확한 원인이 보였습니다.
그 경험은 저에게 ‘실패’가 아니라, ‘시장 조사를 하지 않으면 망한다’는 아주 값비싼 데이터를 남겨준 셈입니다.
이처럼 감정을 배제하고 사건을 건조하게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나는 왜 이 모양일까’라는 자책 대신 ‘무엇이 문제였고, 다음에는 어떻게 다르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실수는 나라는 사람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피드백 시스템일 뿐입니다.
이러한 사고방식의 전환은 스탠포드 대학의 캐럴 드웩 교수가 말한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과도 일맥상통합니다.
고정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은 실수를 능력의 한계로 받아들이지만,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은 실수를 성장의 과정으로 받아들입니다.
여러분의 과거의 실수는 여러분의 무능함을 증명하는 증거가 아니라, 여러분이 무언가를 시도했고 도전했다는 훈장입니다.
감정을 글로 적어 객관화하기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면 문제는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불안감은 실체가 없을 때 가장 커지기 때문입니다.
이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종이와 펜을 꺼내 내가 저지른 실수와 그로 인해 느끼는 감정을 낱낱이 적어보는 것입니다.
저는 지금도 무언가 잘못되거나 후회되는 일이 생기면 무조건 글을 씁니다.
‘내가 A 프로젝트에서 마감 기한을 놓쳤다. 그래서 팀장님께 꾸중을 들었고 동료들에게 미안하다. 나는 내가 무능력하게 느껴져서 우울하다.’
이렇게 적어놓고 보면 상황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마감 기한을 놓친 것은 사실이고, 꾸중을 들은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나는 무능력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 나의 해석일 뿐입니다.
글로 적는 순간 우리는 상황을 3인칭 시점에서 바라보게 되고, 불필요한 감정의 거품을 걷어낼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메타인지 능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이며, 과거의 실수로부터 탈출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입니다.
자기 자비가 필요한 순간
우리는 남에게는 관대하면서 유독 자신에게는 가혹한 잣대를 들이댑니다.
친한 친구가 실수를 해서 우울해하고 있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너는 진짜 구제불능이야, 어떻게 그런 실수를 하니?”라고 말하며 비난하실 건가요?
아마 아닐 겁니다. “누구나 그럴 수 있어, 다음에 잘하면 돼”라고 위로해 줄 것입니다.
그런데 왜 자기 자신에게는 그런 따뜻한 위로를 건네지 못하는 걸까요?
자기 연민이나 합리화가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자기 자비(Self-Compassion)’가 필요합니다.
저 역시 저 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를 비난한다고 해서 상황이 좋아지는 것은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자존감만 깎아먹고 다시 도전할 에너지를 갉아먹을 뿐이었습니다.
자신을 용서하세요. 그 당시의 나는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했을지 모릅니다.
단지 경험이 부족했거나, 정보가 부족했을 뿐입니다.
부족함을 인정하고 스스로를 다독여줄 때 비로소 우리는 과거의 실수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회복 탄력성을 키우는 구체적인 행동
실수에서 배우기 위해서는 멘탈을 회복하는 탄력성이 필수적입니다.
회복 탄력성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근육처럼 훈련을 통해 키울 수 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작은 성취를 반복하는 것입니다.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아주 사소한 약속들을 스스로와 하고 그것을 지켜나가는 과정에서 자신에 대한 신뢰가 회복됩니다.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나서 이불 개기, 하루 10분 독서하기 같은 아주 작은 목표들을 달성해 보세요.
“나는 실수를 했지만, 여전히 내 삶을 통제할 수 있고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주변 환경을 재정비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나를 지지해주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사람들과 어울리세요.
매번 나의 과거의 실수를 들추어내거나 비난하는 사람과는 거리를 두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습니다.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습니다.
나의 성장을 응원해 주는 커뮤니티에 속하거나, 멘토를 찾아 조언을 구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입니다.
혼자서 끙끙 앓는 것보다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조언을 구했을 때, 의외로 문제는 쉽게 해결되기도 합니다.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하는 이유
미루는 습관은 실수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실수하면 어떡하지?’라는 공포가 우리를 마비시킵니다.
하지만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실수이자 실패입니다.
지금 당장 과거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한 작은 행동이라도 시작해야 합니다.
그것이 사과라면 진심을 담아 사과하고, 금전적인 손실이라면 다시 벌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관계의 문제라면 대화를 시도하세요.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시간은 상처를 무디게 만들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습니다.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덤벼들 때, 그 과정에서 우리는 이전보다 훨씬 더 단단하고 지혜로운 사람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결국 인생은 실수를 얼마나 적게 하느냐가 아니라, 실수 이후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여러분의 지난날이 단순히 후회로 남을지, 아니면 빛나는 지혜로 남을지는 오직 여러분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더 이상 뒤를 돌아보며 한숨 짓지 마세요. 여러분의 앞에는 아직 쓰여지지 않은 수많은 가능성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지금 이 순간부터 만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