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성장이라는 단어는 창업가들에게 가슴 뛰는 희망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매일 밤잠을 설치게 만드는 공포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누구나 유니콘 기업을 꿈꾸며 화려한 데뷔를 하지만 현실은 냉혹한 정글과도 같아서 생존하는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맨땅에 헤딩하듯 사업을 시작해서 숱한 실패를 맛보았고 그 과정에서 정말 뼈저리게 느꼈던 것은 교과서적인 이론과 실전은 천지 차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오늘은 제가 직접 경험하고 수많은 창업 선배들과의 교류를 통해 깨달은, 스타트업을 성공적으로 키우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실질적이고 처절한 생존 팁들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단순히 듣기 좋은 소리가 아니라 진짜 바닥에서 구르며 배운 내용들이니 지금 성장의 정체기에 빠져 있거나 이제 막 시작하려는 분들이라면 이 글을 끝까지 정독해주시기 바랍니다.
완벽주의는 스타트업의 가장 큰 적이다
많은 창업가들이 범하는 가장 흔하고 치명적인 실수가 바로 완벽한 제품을 만들어서 시장에 내놓으려는 고집입니다. 스타트업 성장을 가로막는 첫 번째 장애물은 아이러니하게도 창업가의 완벽주의 성향인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는 우리 제품에 버그가 하나도 없어야 하고 디자인은 애플처럼 수려해야 하며 기능은 모든 경쟁사를 압도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사무실 구석에 박혀서 6개월, 1년 동안 개발에만 몰두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세상에 제품을 내놓았을 때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사람들은 우리 제품에 관심조차 없었습니다.
제가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기능들은 고객들에게는 전혀 필요 없는 기능이었고 정작 고객들이 원하는 기능은 빠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가설을 검증하는 속도가 생명이다
여기서 우리는 린 스타트업(Lean Startup)의 핵심 철학을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합니다. 핵심은 속도입니다. 스타트업 성장의 핵심 엔진은 얼마나 빨리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고 실패하고 다시 수정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MVP(Minimum Viable Product), 즉 최소 기능 제품을 최대한 빨리 만들어서 시장에 던져야 합니다. 부끄러울 정도로 부족한 상태에서 출시하는 것이 맞습니다. 링크드인의 창업자 리드 호프만은 만약 당신이 출시한 첫 번째 제품이 부끄럽지 않다면 당신은 너무 늦게 출시한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진리입니다. 고객의 피드백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책상 머리에서 고민하는 시간은 대부분 낭비일 확률이 높습니다. 실제로 토스(Toss) 같은 거대 기업도 처음에는 아주 단순한 가짜 웹페이지 하나로 송금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검증했습니다.
개발부터 하지 말고 사람들이 이 서비스에 반응하는지부터 확인하는 절차, 그것이 바로 초기 자금을 아끼고 생존 확률을 높이는 길입니다.
사람은 스펙이 아니라 핏으로 뽑아야 한다
사업이 조금씩 궤도에 오르고 스타트업 성장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 가장 급한 것이 바로 채용입니다. 일이 쏟아지는데 할 사람은 없으니 마음이 급해져서 이력서가 화려한 사람, 소위 말하는 고스펙자를 덜컥 채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초기 스타트업에서 대기업 출신의 고스펙자가 들어와서 적응하지 못하고 나가는 경우를 저는 수도 없이 목격했습니다.
스타트업은 체계가 없습니다. 오늘 결정한 일이 내일 뒤집히기도 하고 내 일이 아닌데도 발 벗고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매일 벌어집니다. 그런데 체계적인 시스템과 명확한 R&R(역할과 책임) 하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이런 혼돈을 견디지 못합니다.
초기 멤버는 용병이 아니라 동료다
초기 멤버 10명은 회사의 DNA를 결정짓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우리 회사의 비전에 미친 듯이 공감하고 있는지 그리고 척박한 환경을 돌파할 수 있는 그릿(Grit)이 있는지를 봐야 합니다.
샘 알트만 같은 실리콘밸리의 거물들도 항상 강조하는 것이 초기 멤버의 중요성입니다. 단순히 월급을 받기 위해 일하는 직원이 아니라 회사가 망하면 내 인생의 한 페이지도 찢겨나간다고 생각할 정도로 몰입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합니다. 경험상 지인을 채용하는 것은 양날의 검이었습니다.
일이 잘될 때는 좋지만 트러블이 생기면 인간관계까지 끊어지기 십상입니다. 차라리 냉정하게 실력을 검증하고 들어온 낯선 사람이지만 비전을 공유하는 사람이 훨씬 더 오래가고 강력한 시너지를 냅니다. 스타트업 성장을 견인하는 것은 결국 시스템이 아니라 그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자금 관리는 대표의 가장 중요한 책무다
꿈을 먹고 사는 것이 스타트업이라지만 현실은 돈이 없으면 하루도 버틸 수 없습니다. 많은 대표님들이 투자를 유치하면 마치 성공한 것처럼 샴페인을 터뜨리곤 하는데 투자는 빚이며 남의 돈입니다.
시리즈 A, 시리즈 B로 넘어갈수록 투자자들의 요구사항은 까다로워지고 실적 압박은 거세집니다.
스타트업 성장 과정에서 현금 흐름(Cash Flow) 관리는 산소와도 같습니다.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구간, 소위 데스 밸리(Death Valley)를 건너기 위해서는 런웨이(Runway)를 철저하게 계산해야 합니다.
불필요한 고정비를 줄이는 법
멋진 공유 오피스, 최고급 장비, 빵빵한 간식 이런 것들은 회사가 돈을 벌고 나서 해도 늦지 않습니다. 초기에는 무조건 고정비를 줄여야 합니다.
저의 경우 창업 초기에는 공유 오피스의 가장 싼 자리를 쓰거나 정부 지원 사업에서 제공하는 무료 사무실을 전전하며 임대료를 아꼈습니다.
그 돈으로 마케팅을 한 번 더 실험하거나 개발 서버 비용을 충당하는 것이 훨씬 이득입니다. 또한 정부 지원 사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한국은 예비창업패키지, 초기창업패키지 등 창업 지원 제도가 전 세계적으로도 아주 잘 되어 있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서류 작업이 귀찮다고 무시하지 말고 이런 지원금을 시드 머니 삼아 생존 기간을 늘리는 것이 현명한 전략입니다. 돈이 떨어지면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도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집니다.
고객의 목소리에 미친 듯이 집착하라
너무 뻔한 소리 같지만 이를 제대로 실천하는 스타트업은 정말 드뭅니다. 스타트업 성장의 정답은 회의실이 아니라 고객의 입에 있습니다. 데이터 분석 툴을 들여다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초기에는 대표가 직접 고객을 만나고 전화를 걸고 이메일을 보내야 합니다.
폴 그레이엄은 확장 불가능한 일을 하라고 조언했습니다. 초기에 사용자 한 명 한 명을 직접 케어하고 그들의 불만 사항을 듣고 그것을 즉시 제품에 반영하는 경험은 나중에 회사가 커졌을 때 엄청난 자산이 됩니다.
데이터 뒤에 숨은 진짜 니즈 찾기
고객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헨리 포드가 말했듯 사람들에게 무엇을 원하냐고 물었다면 더 빠른 말을 원한다고 했을 것입니다.
고객의 불평 불만 속에 숨겨진 진짜 니즈를 파악해야 합니다. 단순히 기능 하나를 더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그대로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왜 그 기능이 필요한지 근본적인 문제를 파고들어야 합니다.
우리 제품을 쓰고 떠난 고객에게 왜 떠났는지 끈질기게 물어보세요. 칭찬보다 비판이 우리를 성장시킵니다. 스타트업 성장은 우리 제품을 열광적으로 사랑하는 소수의 팬을 만드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100만 명이 그저 그렇다고 생각하는 제품보다 100명이 없으면 못 살겠다고 말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성공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마케팅은 돈이 아니라 콘텐츠로 하는 것이다
돈이 없는 초기 스타트업이 대기업처럼 광고비를 쏟아부을 수는 없습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콘텐츠 마케팅과 바이럴 전략입니다.
우리 제품이 해결해주는 문제에 대한 유익한 정보를 블로그,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에 꾸준히 발행해야 합니다. 이것은 당장 매출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브랜드의 신뢰도(Authority)를 쌓는 과정입니다.
검색 엔진 최적화(SEO)를 통해 잠재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우리를 찾게 만들어야 합니다.
저 역시 광고비 0원으로 블로그 글 하나가 터져서 수천 명의 유입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습니다. 진정성 있는 스토리텔링은 그 어떤 배너 광고보다 강력합니다.
결국 스타트업 성장이라는 것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같습니다. 어느 날은 세상을 다 가진 것 같다가도 다음 날은 당장이라도 망할 것 같은 공포가 밀려옵니다.
이 과정을 버티게 하는 힘은 대표의 멘탈 관리와 흔들리지 않는 비전입니다. 성공한 창업가들은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오늘 말씀드린 MVP를 통한 빠른 실행, 핏이 맞는 동료 찾기, 철저한 자금 관리, 그리고 고객에 대한 집착.
이 네 가지를 가슴에 새기고 하루하루 묵묵히 전진한다면 여러분이 꿈꾸는 그곳에 반드시 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화려한 겉모습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진짜 성장을 이루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